신을 속인 의느님의 최후
아스클레피오스를 통해 본 생명공학의 윤리
🏛️ 신화 속 아스클레피오스가 저지른 '의술 차력쇼'
고대 그리스 최고의 명의 아스클레피오스. 그는 죽은 사람을 살리는 기술을 개발해 신들의 영역을 침범했어요. 이에 제우스는 분노해 그를 벼락으로 처벌했죠. 이 신화는 2,500년 뒤 중국 과학자 허젠쿠이의 인간 유전자 편집 실험으로 재현됩니다.
🧬 21세기판 아스클레피오스의 등장
2018년, 중국의 허젠쿠이 박사는 HIV에 면역인 아기를 만들겠다며 인간 배아 유전자 편집을 시도했어요.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CCR5 유전자의 변형으로 HIV 양성 부모로부터 바이러스 면역 쌍둥이 여아가 탄생하게 되었어요. 여기까지만 보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죠? 하지만 본격적인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어요.
문제는 이거예요▼
- 1
일부 세포가 불완전하게 편집되어(mosaicism) 결함이 있는 유전자가 세대를 거쳐 전파될 수 있어요.
- 2
의료적 윤리를 고려하지 않고 인간 배아를 실험 대상으로 삼았어요.
- 3
내 마음대로 아기를 설계할 수 있다고? '디자이너 베이비' 시대가 열릴 위험성을 증대했어요.
과학계는 바로 발칵 뒤집혔어요. 전 세계 122개국의 과학자들이 <유전자편집 아기 긴급 금지 성명>을 내며 규탄을 멈추지 않았고, WHO는 긴급 회의를 통해 2019년 <인간 유전체편집 감시체계 강화 권고안>을 내놓았어요. 중국 당국 또한 허젠쿠이에게 징역 3년과 벌금 300만 위안(약 6억원)을 선고하였고요.
⚖️ 기술에 대해 가져야 할 우리의 경계심
그렇다면 현재 유전자 편집 기술은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요? 이 사건을 통해 경계심을 갖기는 커녕, 점점 더 많은 의료 현장에서 유전자 편집 기술이 사용되고 있어요. 2023년, 미국에서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한 겸상 적혈구 빈혈 치료제가 임상 승인되기도 하였거든요.
이러한 방향성은 기술적 가능성과 윤리적 타당성의 괴리를 이끌어내고 있어요. 만약 유전자 편집 기술이 고도화된다면 이로 인해 인류의 진화 경로가 왜곡될 수도 있고, 어쩌면 경제적 격차가 유전적 불평등으로 귀결되는 디스토피아가 초래될 수도 있을 것이에요.
따라서 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때 이렇게 생각해보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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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술이 100년 후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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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술을 동물 실험 단계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도록 통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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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신이라면 이 기술을 허용할까?
신화에서 배우는 미래 기술 지침서
유전자 편집 기술이 난치병 치료의 빛이 될지,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어둠이 될지는 인문학적 성찰의 깊이에 달렸어요. 아스클레피오스 신화가 2,500년 후 허젠쿠이의 실험으로 재현된 이 시대에, 우리는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의 교차로에 서 있게 되었거든요. 기술이 신화를 넘어서지 않으려면, 과학자와 시민 모두가 '생명의 서사'를 함께 쓰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