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도 야근은 싫대요

요즘 나에게 ‘왜 이렇게까지 힘들게 살아야 하지?’라는 생각이 드셨던 적 있나요?

성장의 과정에서 우리가 반드시 ‘고생’을 겪어야 한다고 믿게 된 이유를 이번 글에서 함께 들여다보려 해요.

고통이 곧 성장이라는 믿음, 과연 언제까지 유효할까요?

이제는, 더 부드럽고 단단한 방식으로도 성장할 수 있다는 걸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신화 속 영웅은 언제나 시련으로 이야기를 시작해요. 그리스로마 신화만 봐도 그렇죠.

예를 들어, 헤라클레스는 헤라 여신의 질투로 인해 광기에 사로잡혀 자신의 가족을 죽이고, 그 죄를 씻기 위해 열두 가지의 불가능한 과업을 수행해야 했어요. 네메아의 사자를 맨손으로 잡고, 레르네의 히드라를 물리치고, 아우게이아스의 외양간을 단 하루 만에 청소하는 등,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과업들이었어요.

페르세우스는 아테나의 방패, 헤르메스의 날개 달린 샌들 등과 같은 신들의 도움을 받아 메두사의 목을 베는 모험을 떠났고,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이 끝난 후 바다신 포세이돈의 분노를 사며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키르케, 세이렌, 칼립소 등 온갖 시련을 거쳐 무려 20년 만에 고향 이타카로 귀환했어요.

이들 모두는 초월적인 능력이나 신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반드시 인간적인 고통과 극복의 여정을 거쳐요.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시련이 단순한 배경 설정이 아니라 “영웅이 되기 위한 필수 통과의례”로 그려진다는 점이에요. 마치 고생 없이는 진짜 영웅이 될 수 없다는 듯한 분위기죠.

이런 서사 구조는 고대인들의 세계관과 깊이 연결되어 있어요. 고대 사회는 인간을 연약하고 불완전한 존재로 보았고, 그런 인간이 진짜 ‘의미 있는 존재’로 변화하려면 반드시 시련을 겪어야 한다고 믿었던 것이죠.

그래서 신화든 전설이든, 성장의 전제 조건은 항상 고통이었어요. 고생은 단지 나쁜 일이 아니라 ‘의식(rite of passage)’에 가까운 개념이었고, 이를 통해 한 인간이 평범함에서 벗어나 특별한 존재로 탈바꿈한다고 여겨졌던 것이죠.

결국 “고통을 견딘 자만이 변화할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깊게 자리 잡게 된 것 이에요.

놀랍게도 이런 오래된 사고방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어요. “고생 없인 성공도 없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 같은 말이 여전히 우리 주변에 가득하죠. 심지어 여유롭고 행복한 순간에는 죄책감을 느끼기도 해요. 마치 고통이 없으면 성장이 아닌 것처럼요.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성장 지상주의(Growth Addiction)’라고 부르는데, 고통 없는 성장은 가짜라는 강박이 우리를 지치게 만들기도 해요.

이제는 질문을 바꿔볼 필요가 있어요. “꼭 고생해야만 성장인가요?”

성장은 꼭 대단하고 극적인 변화만을 의미하진 않아요. 때론 그냥 하루를 잘 견디는 것, 조용히 내 자리를 지키는 것이 진짜 성장일 수 있어요. 우리는 거창한 업적보다도 지속적으로 살아내는 힘을 더 자주, 더 많이 인정받아야 해요. 이제는 이런 말들을 해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해요.

“고생 안 해도 괜찮아.” “나는 지금도 괜찮은 사람이야.” “매일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해.” 신화 속 주인공이 아닌,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가 진짜 영웅이에요.